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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름의 끝에 네가 죽으면 완벽했기 때문에

저자 샤센도 유키 글 / 전성은 옮김 발매 2023년 09월 30일
브랜드 토마토출판사 분야 일본소설
페이지 272쪽 크기 128*188
가격 15,000원 ISBN 9791192603360

책소개

발병하면 장기의 일부가 조금씩 금과 같은 성질로 변해가는 다발성 금화 근섬유이형증, 일명 ‘금괴병’. 모든 장기가 금으로 변하면, 환자의 몸은 3억 엔의 가치에 달하는 거대한 금괴가 된다. 금괴병에 걸린 그녀가 말한다. 자신의 몸을 나에게 주겠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그녀만 죽으면 모든 게 완벽하다고. 그럼 나도 비로소, 구원받을 수 있을 거라고. 모두가 그녀의 죽음을 바라는 곳에서 그 죽음을 바라지 않는 한 소년의 이야기. 죽어야만 완벽해지는 그녀와 자신의 마음을 증명하고 싶은 소년이 보낸 그 여름의 끝.

저자소개

저: 샤센도 유키 (斜線堂有紀)
1993년 출생. 도쿄 조치대학교를 졸업했다. 대학 재학 중이던 2016년에 『키네마 탐정 칼레이도 미스터리』로 제23회 전격소설대상 ‘미디어웍스 문고상’을 수상하며 작가로 데뷔한다. 주로 라이트 문예 분야에서 활동하다가 ‘본격 미스터리’를 쓰는 것이 좋겠다는 편집자의 평을 계기로 본격 미스터리에 도전한다. 『낙원은 탐정의 부재』 는 ‘천사’라는 특수 설정을 활용한 본격 미스터리다. 천사가 강림한 세상, 사람을 두 명 이상 죽이면 지옥으로 떨어진다는 세계관과 ‘연쇄살인’이 결합한 매력적인 이야기가 펼쳐진다. 다른 작품으로는 『내가 좋아하는 소설가를 죽이기까지』 『사랑에 이르는 병』 등이 있다.


역: 전성은
일본의 추리소설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에 빠져 일본문학을 탐독했다. 고등학교 졸업 후 곧바로 일본으로 건너가 무사시노 미술대학에서 공예공업디자인을 전공했고, 졸업 후 일본 기업에서 8년 동안 디자인 관련 일을 했다. 총 13년의 일본 생활을 마치고 현재는 한국에서 일본어 강사 및 통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그 여름 끝에 네가 죽으면 완벽했기 때문에』(근간)를 우리말로 옮겼다.

도서목차

그 여름의 끝에 네가 죽으면 완벽했기 때문에
작가 후기

편집자 리뷰

온몸이 조금씩 금으로 변하며 죽어가는 ‘금괴병’
샤센도 유키의 비현실적 상상력이 빛나는 유일무이한 로맨스

주변이 온통 산으로 둘러싸인 작은 마을 ‘스바루다이’. 다른 지역과 교류도 없고 사는 사람도 점점 줄어 다른 도시로 통합될 위기마저 겪은 이곳에는, 이 보수적인 마을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 혁신적인 건물이 하나 있다. 바로 인간의 신체와 장기가 조금씩 금과 같은 성질로 변해가는 다발성 금화 근섬유이형증, 일명 ‘금괴병’ 환자들을 위한 전용 요양원이다. 정부의 보조금이 두둑히 주어지는 요양원은, 마을 주민들의 반대와 금괴병이 전염된다는 루머에도 불구하고 위기에 처한 스바루다이를 살리기 위한 유일한 대응책으로 이 마을에 세워졌다. 그리고 그때부터 요양원 옆길은 스바루다이에서 가장 조용하고 인적이 드문 곳이 되었다.
금괴병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을 가지고 ‘요양원 반대파’의 선봉에 선 에미코의 아들 에토는 요양원 옆을 지나다 우연히 금괴병 환자인 야코 씨를 만나고 깜짝 놀란다. 피부가 투명할 정도로 희다는 걸 제외하면 야코의 모습은 너무나도 평범하고 건강해 보였기 때문이다. 마을에 떠도는 소문으로만 금괴병을 접한 에토는 그녀를 경계하면서도 당차고 잘 웃는 모습에 매력을 느끼고, 더 친해지고 싶은 마음에 조심스레 그녀의 병실을 찾는다. 그리고 야코는 자신을 찾아온 유일한 손님인 에토에게 말한다. 금괴병 환자가 죽으면 그 시신은 커다란 금괴로 변해 3억 엔의 가치가 부여되는데, 자신이 죽으면 그 시신을 에토에게 상속하겠다고. 무려 3억 엔의 가치가 있는 그것을. 이 말을 들은 에토는 믿기지 않았지만, 가난으로 인해 포기했던 꿈을 슬그머니 다시 꺼내보게 되었다. 그 3억 엔만 있으면 이 지긋지긋한 스바루다이를 떠날 수도 있고, 자신을 벌레 취급하는 엄마와 무능력한 새아버지로부터 자유로울 수도 있다. 원하는 대로 그림을 그리며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 3억 엔만 있으면……. 단, 여기에는 조건이 있었다. 자신과의 체커 게임에서 이길 것. 단 한 번이라도 이긴다면, 3억 엔은 에토의 것이 된다… 에토는 그렇게 야코와의 체커 게임을 시작한다.

“금괴병이라는 건 말 그대로 금이 되는 거니까, 팔 수도 있는 거야. 하지만 내가 죽어 팔린다 한들 그 대금을 받을 상속자가 없어. (...) 그래서 너를 상속자로 지명하고 싶어.”
“…장난치는 거죠?”
“진짜야. 단, 나에게도 조건이 있어.” _본문 속에서

죽어야만 완벽해지는 그녀와
자신의 마음을 증명하고 싶은 소년이 보낸 그 여름의 끝

에토는 이제 학교를 마치면 야코의 병실을 찾아 체커를 두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둘은 체커판을 마주하고 수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곧 열릴 학교 축제 이야기나 체커 이야기, 요양원 담벼락을 수놓은 수많은 그래피티들과 고래 그림 이야기, 야코의 전공 공부와 비극적인 가족사까지. 야코는 요양원 담벼락에 그려진 커다란 고래를 좋아한다고 했다. 요양원 반대 전단지가 덕지덕지 나붙은 그곳에서, 고래는 넉넉한 품으로 자신을 환대해주는 유일한 존재 같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이야기를 담담하게 하는 야코의 눈을 바라보며, 에토는 그녀에 대한 인간적 연민과 함께 사랑의 감정이 싹트는 것을 느낀다.
에토가 야코에 대한 마음을 홀로 키우며 양가적인 감정을 느끼던 어느 날, 조용하던 스바루다이에 언론사 기자들이 몰려와 에토에게 야코와의 관계를 캐묻는 일이 벌어진다. 한 주간지에 이들의 이야기가 실린 것이다. 아직 어떠한 감정으로 여물지 못한 이들의 조심스러운 관계는 “괴질이 가져다준 3억 엔”과 “유리구두”라는 자극적인 단어들로 정리되어 있었고, 야코의 아름다운 외모와 비극적인 가정사, 에토의 불우한 가정환경은 세간의 관심에 불을 지핀 듯했다. 자극적이고 편파적인 기사 어디에서도, 그들이 나눈 시간과 서로에 대한 진실된 마음은 유추할 수 없었다. 물론 체커에 대한 말도 없었다.

그 아래에 실린 건, 나의 사진과 프로필이었다. 가정 형편부터 생활 태도, 암울한 현재와 3억 엔으로 인해 바뀔지도 모르는 미래에 대한 것까지, 대체 이런 정보를 어디서 입수한 걸까 싶을 만큼 상세했다.
야코 씨가 친척들과 연을 끊었다는 사실, 사후 그녀의 시신이 국가로 회수될 예정이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알게 된 내가 야코 씨에게 들러붙어 거액을 탈취하려 한다는 내용도 쓰여 있었다. 기사에 따르면, 내가 돈을 노린 자라는 걸 빤히 알고 있으면서도 그냥 들여보낸 요양원의 경비 체제에도 문제가 있다고 했다. _본문 중에서

결국 이 일로 에토의 가족은 물론 마을 사람들 모두 에토가 3억 엔을 받게 될 거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러자 에토의 어머니는 조용히 반대파 활동을 그만두었고, 사람들은 야코의 죽음이 가난한 에토를 ‘구원’할 수 있을 거라 수군댔다. 그러나 모두가 그녀의 죽음을 기다리는 듯한 아이러니한 상황 속에서 오직 한 사람, 에토만은 그럴 수 없었다. 에토의 바람은 오로지 야코가 상처받지 않는 것, 그리고 자신의 사랑을 사람들에게 증명해 보이는 것뿐이었다. ‘마음’이라는 추상적이고 눈에 보이지 않는 이것을 어떻게 증명할 수 있을까? 그것도 믿고 싶은 대로 믿고 있는 이들에게. 이후 소설은 자신의 마음을 증명하기 위한 에토의 고군분투를 아름답고도 처절하게 그린다.

“다들 내가 죽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네.”
마지막 책장을 넘긴 후 다시 제목을 읽으면 발화자가 달리지는 구조성

야코의 몸에 3억 엔이라는 가치가 부여되었다는 사실과 함께, 에토에게는 그러한 가치가 부여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주목하자. 소설이 진행될수록 야코에게 3억 엔의 가치가 있다는 사실은 점점 더 부각되며, 에토는 그 3억 엔을 쥐게 될 사람으로 평가받는다. 샤센도 유키가 심어놓은 ‘금괴병’이라는 특수한 설정을 반추하다 보면, 금괴병은 인간의 몸이 금으로 변해서가 아니라 탐욕에 눈 먼 이들이 한 인간을 오로지 금으로만 보아서 금괴병인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책을 처음 집어든 독자라면 ‘그 여름의 끝에 네가 죽으면 완벽했기 때문에’라는 제목이 에토의 목소리일 거라고 은연중에 생각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소설을 끝까지 다 읽은 후 다시 보면 ‘완벽했’을 거라고 말했던 사람은 주인공이 아닌, 그 주변인들임을 알 수 있다. 책을 읽기 전과 후 제목에 대한 해석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이다.
죽음이라는 것이 존재를 지우는 건 분명하지만, 그것이 곧 존재했던 사람에 대한 기억마저 지우는 것은 아니다. 타인을 기억한다는 것, 그것은 곧 그에 대한 사랑의 또다른 증명일 수도 있겠다. 기억이란 과거의 유산이지만, 미래로 이어지는 길이기도 할 테니까. 아무것도 기억하지 않은 채 미래를 약속할 수는 없으므로. 그러니 우리는 기억할 것이다. 에토가 말했듯이, 우리는 “남겨준 것들의 가치를 알고 있”기 때문에.